본문 바로가기
A 카테고리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극사실주의 연애를 담은 영화

by 디자이너 모로 2022. 11. 18.
반응형

일상이면서 매우 현실 같은 이야기

일본의 어느 한 카페에서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낀 커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연인들을 보고 서로 다른 음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키누와 무기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남녀. 연애는 각자 하나씩 하는 거라며 나누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5년 전 흥얼거리며 아침을 준비하는 여자. 키누. 미라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을 보고 설레 하는 모습입니다. 길에서 마주친 전 썸남. 억지로 그와 어울리다 최악의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니 막차시간. 차라리 텐지쿠 네즈미 공연을 보러 갈 걸 그랬다 생각합니다. 무기. 대학생입니다. 가위바위보 룰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보자기가 어떻게 바위를 이기지 의문을 가집니다. 스트리트뷰를 보다가 자신이 찍힌 것을 보고 그 가장 행복해합니다. 그러다 텐지쿠 네즈미의 공연을 놓쳐버립니다. 소소하고 특별한 행복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공연을 놓쳐버린 각자의 일정을 보내다가 둘 다 막차를 놓쳐 역에서 만나고 아침까지 여는 가게에서 막차를 놓친 사람들끼리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옆 테이블에는 오시이마모루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앉아있습니다. 이 감독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만 털어놓는 사람들과는 헤어지고 둘의 취향으로 가득한 둘만의 대화를 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성격도 잘 맞고 취향도 잘 맞았던 둘이었습니다. 둘 다 텐지쿠 네즈미이 공연을 놓쳤다는 공통점을 보고 곧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노래방다운 노래방을 가고 싶다는 키누의 말에 두 사람은 노래방을 가게 됩니다. 노래방을 나와 걷는 길에서 전철을 타고있다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고 표현한 무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갑자기 오는 비에도 즐거움을 느낄 만큼 들뜬 시간을 보냅니다.

그날 밤 무기의 집에서 다큐영화를 보며, 주먹바도 먹고 잠깐 졸기까지 한 키누입니다. 다음날 아침 헤어지며 다음 데이트 신청을 건넵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키누는 비에 젖은 머리를 말려주었던 무기도 좋았습니다. 드디어 다시 만나는 날입니다. 미라 전시회 앞에서 비슷한 옷차림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런 사소한 부분들도 통하는 둘이었습니다. 그 뒤로 3번을 만났지만 간질간질한 썸만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이번에야 말로 꼭 고백해야겠다고 결심한 두 사람. 막차시간을 보며 고백할 타이밍을 봅니다. 곧 헤어질 시간이지만, 파르페 하나가 잘못 주문되어 나왔습니다. 파르페를 그냥 둘이 먹기로 하고 이를 핑계 삼아 무기는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파르페를 앞에 두고 고백을 합니다. 두 사람은 드디어 연인이 됩니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입니다. 키누는 거의 무기네 집에서 거의 살았습니다.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함께 바닷가에 놀러가서 사진도 많이 남깁니다. 이런 시간 속에서 키누는 블로그에서 본 글귀들이 떠오릅니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어쩐지 연애의 끝을 엿본 것 같은 느낌에 괜히 싱숭생숭해합니다.. 우리들의 파티는 지금 가장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인도 결국에는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개인

좋았던 시간도 잠시 취업에 뛰어든 키누는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키누의 우는 모습을 처음 봅니다. 몹시 고된 면접을 본 겁니다. 계속 애쓰는 그녀가 무기는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같이 살자고 합니다. 이날 이후로 둘만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하루하루는 소소하지만 둘만의 취향으로 가득한 아주 만족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무기는 열정 페이 그림을 그리고 키누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역 앞에서 만나 30분 정도 귀갓길이 행복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취미를 공유합니다. 같이 만화책을 읽고, 대청소를 하고, 새해맞이 국수를 먹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주운 고양이와의 생활도 시작합니다. 그렇게 같이 산지 1년째.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합니다. 여전히 취미를 공유하고 대화도 많이 합니다.

둘의 시간은 행복했지만, 미래가 없는 직업은 둘을 점점 힘들게 했습니다. 게다가 키누의 부모님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무기의 아버지도 생활비를 끊어버립니다. 지원이 끊겨버린 이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힙니다. 결국 키누와의 소중한 일상을 위해 취업을 결심합니다. 예상외로 키누가 먼저 취업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키누. 이제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무기도 취업을 하게 되고, 인생의 목표는 키누와의 현생 유지라고 설레게 하는 무기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바빴던 직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송두리째 변한 환경 탓에 서로 함께하는 일상을 포기하게 됩니다. 키누가 기다려왔던 약속들이 무기의 일정 때문에 계속 밀려버립니다. 결국 참다 참다 키누는 폭발해버립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겨우 함께하게 된 데이트. 무기는 이미 너무 변해있었습니다. 그렇게 사귄지 3년째. 함께 살면서도 삭막합니다. 그런 와중에 무기의 직장에서 일이 터집니다. 더욱 키누에게 신경 쓸 틈이 없어집니다. 키누는 갑자기 이직을 하게 되고,, 이에 무기는 삐딱한 반응을 보입니다. 취미를 살려서 일하고 싶은 키누와 이를 노는 것이라 생각하는 무기였습니다. 일은 놀이가 아니라며 날카로운 말을 뱉습니다. 가치관 차이로 싸우게 됩니다. 싸우는데 무기가 갑자기 결혼을 하자고 화를 냅니다. 더 이상 어리게 살 수 없다며 안정적인 가정과 안정적인 생활을 바랐기 때문입니다. 이 다툼 이후로도 점점 끝이 다가오는 게 느껴집니다. 의미없는 시간들이 흐르고, 둘은 지인의 결혼식을 보며 헤어짐을 결심합니다. 웃는 얼굴로 헤어지고자 합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처음 타보는 관람차 안에서 연애를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둘은 연애가 시작한 카페에서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담백하고 솔직했던 영화

이 영화는 일본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1위 한 작품입니다. 극히 현실적인 연인의 이야기를 일본 특유의 오글거림 없이 담백하게 표현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두 주인공의 감정선뿐 아니라 감독이 설치해놓은 신발이라는 장치를 통해 둘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 것이 인상 깊습니다. 말 그대로 꽃다발처럼 만개했다가 져버리는 연인들의 모습을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됐으면 하는 생각도 컸습니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는 일본 문학작품들이나 닌텐도와 같은 게임이나 만화책 이야기가 많기에 이를 한국판으로 녹인다면 관객들도 이에 공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