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립니다.
지인을 끌어들이고, 비싼 제품을 강제로 구매하게 하고, 결국 빚만 남는 구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단계판매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한 뒤 영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다단계판매업자의 매출액, 판매원 수, 후원수당 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2025년 3월 말 기준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는 118개사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등록하지 않고 사실상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하거나, 과도한 수익을 약속하거나, 제품 구매·대출을 강요하는 방식의 불법 다단계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먼저 국내에서 실제 영업 중인 대표적인 뷰티·화장품 관련 다단계 기업을 살펴보고, 이후 불법 다단계는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를 끌어들이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다단계판매란 정확히 무엇일까?
다단계판매는 쉽게 말하면 판매원이 제품을 판매하면서 새로운 판매원을 모집하고, 그 판매원이 다시 판매활동을 이어가는 구조입니다. 판매원 본인의 판매 실적뿐 아니라 일정 조건에서는 하위 판매조직의 실적 등에 따라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다단계판매를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판매조직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다단계판매업체는 사업자 등록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험이나 공제계약 등을 체결해야 합니다. 직접판매공제조합 역시 다단계판매회사가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해 공제조합 등에 가입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단계 회사다 = 불법회사다’라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대표적인 뷰티 다단계 기업
국내 다단계 시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화장품·스킨케어·퍼스널케어 제품이 상당히 흔한 판매 품목입니다. 대표적인 회사들을 몇 곳 살펴보겠습니다.
| 애터미 | 앱솔루트 셀랙티브, 더페임 등 | 화장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등을 함께 판매 |
| 한국암웨이 | 아티스트리 | 글로벌 다단계판매기업의 국내 법인 |
| 뉴스킨코리아 | Nu Skin, ageLOC | 스킨케어·뷰티 디바이스 등을 중심으로 판매 |
| 리만코리아 | 인셀덤·ICD, 보타랩 | 화장품·헤어·바디 제품 중심 |
| 아프로존 | 화장품·뷰티 제품 | 공정위 등록 다단계판매업체 |
| 엘알헬스앤뷰티 | 뷰티·퍼스널케어 | 국내 등록 다단계판매업체 |
공정위 자료에는 한국암웨이, 뉴스킨코리아, 애터미, 아프로존 등이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엘알헬스앤뷰티 역시 등록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터미
국내 다단계판매 기업 가운데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회사입니다.
공정위 공개자료 기준 애터미는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개된 주요 제품 가운데 앱솔루트 셀랙티브 스킨케어와 더페임 스킨케어 제품이 주요 화장품 매출 품목으로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재 공식몰에서도 스킨케어, 메이크업, 미용기기 등 별도의 뷰티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암웨이
암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직접판매·다단계판매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암웨이는 서울 제1호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직접판매공제조합 회원사이기도 합니다. 뷰티 분야에서는 아티스트리(Artistry)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 등이 있으며 한국암웨이 공식몰에도 별도의 뷰티 카테고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뉴스킨코리아
뉴스킨 역시 대표적인 글로벌 다단계판매기업입니다. 뉴스킨코리아는 공정위에 서울 제58호로 다단계판매업 등록이 되어 있으며 직접판매공제조합 회원사에서도 확인됩니다.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 특히 잘 알려져 있으며, ageLOC 등의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리만코리아도 다단계인가?
리만코리아는 인셀덤, 보타랩 등의 화장품 브랜드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현재 공정위 등록현황에서는 리만코리아가 대구 2024-01호 다단계판매업체로 확인되며, 직접판매공제조합에도 다단계 회원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공식몰에서는 현재 ICD, 보타랩, 라이프닝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스킨케어, 헤어케어, 바디케어 등이 주요 상품군입니다.
다만 리만코리아의 경우 과거 영업방식과 관련해 공정위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공정위는 2025년 리만코리아가 과거 후원방문판매업자로 등록된 상태에서 실제로는 여러 단계의 판매조직 실적과 연동된 후원수당을 지급해 미등록 다단계판매 영업을 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검찰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의 등록상태와 과거 법 위반 사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리만코리아는 다단계판매업체로 등록돼 있지만, 이전 영업구조에 대해 공정위 제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불법 다단계’는 무엇이 다를까?
합법적인 다단계와 불법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제 상품 판매보다 사람 모집과 돈의 이동이 중심이 되느냐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위험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정위에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한다.
- 가입이나 승급을 위해 고액 제품 구매를 요구한다.
- 판매보다 새로운 회원 모집을 강조한다.
- “월 1,000만 원”, “몇 달이면 원금 회수” 같은 고수익을 장담한다.
- 대출이나 카드론을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게 한다.
- 합숙이나 장시간 교육을 요구한다.
- 환불 요청을 어렵게 하거나 계약서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
다단계판매업자는 등록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의 의무를 따라야 하며, 판매원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법정 한도를 넘는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행위 등도 제한됩니다.
불법 다단계는 어떻게 사람에게 접근할까?
불법 다단계가 무서운 이유는 처음부터 “나 다단계 하는데 들어올래?”라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취업, 부업, 사업 기회, 투자 기회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정위가 과거 대학생 불법 다단계 피해 사례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피해자 접근 방식이 꽤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1.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
가장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친구, 학교 동창, 군대 동기 등이 갑자기 연락해 “요즘 뭐 하고 지내?”, “괜찮은 일 하나 있는데 한번 해볼래?”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공정위가 공개한 사례에서도 군대 동기가 여러 차례 안부전화를 한 뒤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피해자를 서울로 불러낸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처음부터 다단계회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2. 취업이나 아르바이트처럼 접근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을 노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 관리 직원 모집”, “마케팅 직원 모집”, “휴대폰 판매 직원”, “월 300만 원 가능” 같은 구인광고를 올린 뒤 면접 장소에서 실제 업무와 다른 사업을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공정위 피해사례에서도 인터넷 구인광고를 보고 방문한 학생에게 고소득을 이야기하며 제품구매나 쇼핑몰 분양 비용 등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3. “제품만 한번 써봐”에서 시작
뷰티·건강식품 다단계에서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이 화장품 진짜 좋아.”, “내가 요즘 쓰는데 피부가 좋아졌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어.” 정도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제품 추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후 제품구매 → 회원가입 → 판매원 등록 → 교육 → 지인 소개 → 판매조직 확대로 이어지면서 사업 참여 압박이 커지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제품 자체의 품질과 판매사업에 참여하는 문제는 별개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불법 다단계에서는 고수익 사례가 강력한 설득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사람도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6개월 만에 월 천만 원을 벌었다.”, “지금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큰 돈을 번다.”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공정위가 공개한 대학생 피해 사례에서도 교육센터에서 상위 판매원의 성공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성공 사례 몇 명이 전체 판매원의 평균적인 소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판매원 가입을 고민한다면 공정위가 공개하는 실제 후원수당 지급분포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5. “돈이 없으면 대출받으면 된다”
여기까지 나오면 상당히 위험한 신호입니다. 가입 또는 높은 직급을 위해 “신용카드로 먼저 결제해.”, “대출받아도 금방 갚을 수 있어.”, “처음에 투자해야 큰돈을 벌 수 있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공정위가 소개한 실제 피해사례에서는 피해자가 상위판매원들의 권유로 추가 대출을 받아 물품을 구입했고, 이후 기대했던 수입을 얻지 못해 1,800만 원의 빚을 떠안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실제 대규모 피해 사례도 있었다
과거 국내에서는 불법 다단계 방식과 투자사기가 결합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소개한 과거 사례 가운데 BMC 사건에서는 건강용품을 구매하면 이를 외부 시설에 임대해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당시 약 2만5천 명이 참여했고 피해 규모가 약 4조 원으로 추산됐다고 소비자원은 소개했습니다. 이런 사례의 특징은 사실상 제품 자체보다 “돈을 넣으면 더 많은 돈을 돌려준다”는 약속이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등록된 다단계 회사라면 무조건 안전할까?
이것도 아닙니다. 등록돼 있다는 것은 최소한 법적으로 다단계판매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지, 해당 제품이 무조건 좋다거나, 판매원으로 활동하면 돈을 벌 수 있다거나, 기업의 모든 영업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공정위 역시 등록된 다단계업체라도 실제 영업활동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판매원 가입 전에는 회사명만 볼 것이 아니라 매출액, 판매원 수, 후원수당 지급분포, 반품·환불 현황, 과거 법 위반 내역
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정보를 사업자 정보공개 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단계 권유를 받았다면 이것만은 확인하자
가장 먼저 볼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다단계판매업자 등록 여부입니다. 그리고 공제조합 가입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이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소비자 피해보상 체계에 가입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다면 한번 멈춰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정보는 나중에 알려줄게.”, “오늘 결정해야 해.”, “대출받아도 금방 갚아.”, “사람 몇 명만 데려오면 월급보다 많이 벌어.”, “부모님이나 친구에게는 아직 말하지 마.”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회사명, 계약조건, 수익구조를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제품을 구매했다면 환불은 가능할까?
정상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제품을 구매했다면 일정 조건에서 청약철회가 가능합니다. 직접판매공제조합 안내 기준으로 일반 소비자는 구매 후 14일, 판매원은 3개월 이내에 회사에 청약철회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적절하게 환불하지 않는 경우 가입된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을 구매했다면 계약서, 거래명세서, 카드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문자·카카오톡 대화 등의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다단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돈을 버는 구조인가’
다단계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모든 회사를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유명한 기업이고 제품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사업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실제 제품 판매를 통해 돈을 버는 회사인지, 아니면 계속 새로운 사람과 자금을 끌어들여야만 유지되는 구조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약속하고, 가입을 위해 큰돈을 요구하고, 대출을 권하고, 지인 모집을 강요한다면 상당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뷰티나 건강식품처럼 소비자가 평소 쉽게 접하는 제품일수록 처음에는 일반적인 제품 추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판매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단계판매 자체는 하나의 유통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구조를 악용해 사람 모집과 과도한 금전 부담을 중심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 피해가 빠르게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다단계니까 무조건 피한다”가 아니라, 등록 여부와 수익구조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
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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